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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반려동물 입양 가이드

20년 넘게 반려인으로 살아보니|강아지와 고양이에게 배우고, 뒤늦게 깨달은 것들

by hogang-e 2026. 8. 2.

두 아이를 먼저 보내고, 지금은 세 마리의 냥집사가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웃었던 날도 많았고, 정신없이 뛰어다니던 날도 많았고,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아픈 순간도 있었습니다.

2000년, 밀레니엄 버그로 세상이 떠들썩했던 그 무렵이었습니다.

저는 처음으로 강아지 한 마리를 가족으로 맞았습니다.

그 아이가 바로 코카 스파니엘이었습니다.

 

첫 만남은 정말 사랑스러웠습니다

갓 자른 단발머리를 한 새초롬한 여자아이 같았습니다.

그 모습에 홀딱 반해서 별다른 고민도 없이 덥석 안고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알았습니다.

아, 이 아이의 귀여움은 페이크였구나.

정말 에너지가 넘치고, 정말 발랄하고, 정말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면 반가워해야 할 강아지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녀석이 하루 동안 저질러 놓은 사고들이었습니다.

그걸 수습하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갔고, 당시에는 산책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미안한 일입니다.

그때 매일 산책을 하면서 녀석의 넘치는 에너지를 조금씩 풀어주었더라면 어땠을까.

조금은 덜 사고를 치고, 조금은 더 편안한 강아지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저는 몰랐습니다.

지금이야 인터넷이나 유튜브, TV에서도 반려견 행동과 훈련에 대해 알려주는 전문가들이 많지만,

그 시절에는 지금처럼 쉽게 정보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저 강아지를 좋아한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데려왔던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걸, 저는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를 위해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까지 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아주 얌전하고 순한 리트리버를 알게 되었습니다.

'아, 강아지는 이런 아이도 있구나.'

그때부터 또 다른 꿈이 생겼습니다.

강아지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집에서 키우고 싶었습니다.

결국 아이들을 위해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까지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대단한 열정이었습니다.

그런데 행복한 시간만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던 그곳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시작되었습니다.

리트리버에게 고관절 이형성증이 생겼고, 생후 6개월 무렵부터 병원을 들락날락하게 되었습니다.

두 번의 큰 수술까지 받았습니다.

아이의 아픈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중성화 수술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2년도 채 되지 않아 자궁축농증으로 아이를 떠나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때의 마음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조금만 더 내가 잘 알았더라면.'

'조금만 더 공부했더라면.'

그 생각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습니다.

그리고 또 한 아이를 너무 허무하게 보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14년 동안 건강하게 잘 자라준 첫 번째 강아지까지 떠나보내게 되었습니다.

원인은 심장사상충이었습니다.

매년 예방약을 꼬박꼬박 챙겨 먹였습니다.

그런데 하필 그해에는 '심장사상충 예방약이 심장에 좋지 않다더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무책임한 '카더라'를 너무 쉽게 믿었던 것 같습니다.

그해에는 예방을 건너뛰었고, 결국 그 선택이 아이를 떠나보내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연이어 두 아이를 보내고 나니 너무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너무 무지했고, 너무 안일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는 정말 결심했습니다.

다시는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겠다고.

다시는 이렇게 아픈 이별을 하지 않겠다고.

그런데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이상합니다.

고양이가 제 마음을 훔쳐갈 줄은 몰랐습니다

그렇게 다시는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어느 날이었습니다.

해외여행을 떠나는 후배가 고양이 두 마리를 일주일만 맡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처음에는 별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일주일이 제 인생을 바꿔놓았습니다.

 

솔직히 그전까지 저는 고양이에 대한 편견도 조금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함께 지내보니 완전히 다른 매력이 있었습니다.

강아지가 온몸으로 반가움을 표현하는 아이들이라면, 고양이는 조금 다릅니다.

다가올 듯 말 듯하다가 어느 순간 살며시 다가옵니다.

마치 애간장을 녹이는 새침한 아가씨처럼 말입니다.

처음 보는 저의 어깨에 살짝 올라와서는 뺨에 얼굴을 비비는데……

그 순간 제 마음도 같이 녹아내려버렸습니다.

'아, 고양이가 이런 동물이었구나.'

그 일주일 동안 저는 완전히 고양이에게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결국 또 다른 고양이를 가족으로 맞게 되었고,

그렇게 저는 지금 세 마리의 냥집사가 되었습니다.

 

20년 넘게 반려생활을 하며 느낀 강아지의 장점과 단점


강아지의 가장 큰 장점은 '함께하는 즐거움'

 

강아지와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면 함께 뛰어놀고 산책하던 시간이 생각납니다.

강아지는 산책을 정말 좋아합니다.

같이 걷고, 냄새를 맡고, 새로운 곳을 구경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저까지 기분이 좋아집니다.

퇴근하면 반갑다고 달려와 주고, 아무 조건 없이 좋아해 주는 것도 강아지가 주는 큰 행복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손이 많이 갑니다.

특히 어린 강아지는 에너지가 정말 넘칩니다.

놀아줘야 하고, 산책도 시켜야 하고, 훈련도 필요합니다.

여행을 가거나 외출할 때도 강아지를 어떻게 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지금이야 반려견 동반 카페나 펜션도 많지만, 제가 처음 강아지를 키우던 시절에는 지금처럼 선택지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강아지를 가족으로 맞는다는 것은 단순히 '귀여운 아이를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내 생활의 일부를 아이에게 기꺼이 내어주는 일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고양이의 장점과 단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고양이는 강아지보다 조금 독립적인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는 꼭 말하고 싶습니다.

강아지처럼 칭얼대지 않는다고 해서 외롭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고양이도 집사를 기다리고, 집사를 좋아하고, 사랑을 표현합니다.

다만 표현하는 방법이 다를 뿐입니다.

그래서 고양이도 충분히 놀아주고 관심을 가져줘야 합니다.

고양이가 혼자 잘 논다고 해서 하루 종일 방치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털 빠짐도 고양이를 키우면서 생각하게 되는 부분입니다.

털이 많이 빠지는 것이 고민이라면 털 관리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품종이나

자신의 생활환경에 맞는 아이를 신중하게 알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저 역시 털에 대한 고민 때문에 지금은 털이 짧고 통통한 엑조틱을 함께 키우고 있습니다.

물론 단모종이라고 해서 털이 아예 안 빠지는 것은 아닙니다.

고양이와 함께 산다는 것은 결국 어느 정도의 털과 함께 사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고양이는 강아지처럼 쉽게 데리고 외출하기가 어렵습니다.

여행을 떠날 때도 더욱 신중한 계획이 필요합니다.

고양이가 독립적인 동물이라고 해서 장시간 혼자 두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뜻은 아니니까요.

 

그래도 내가 다시 선택한다면

20년이 훨씬 지난 지금.

그동안의 시간을 천천히 뒤돌아봅니다.

솔직히 말하면 힘든 날도 많았습니다.

 

병원비 때문에 걱정했던 날도 있었고, 집 안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아이 때문에 속상했던 날도 있었습니다.

아픈 아이를 안고 병원으로 뛰어가던 날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먼저 떠난 아이들을 보내며 펑펑 울었던 날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지금 기억나는 것은 그런 힘든 순간보다 웃고 행복했던 순간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현관까지 달려 나오던 모습.

함께 신나게 산책하던 시간.

집에 돌아왔을 때 나를 반겨주던 아이의 얼굴.

 

그리고 지금은……

내 배 위에 올라와 꾹꾹이를 하면서 골골송을 불러주는 고양이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정말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며 뒤늦게 배운 것들

20년 넘게 반려인으로 살면서 제가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사랑만큼 공부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처음 강아지를 데려왔을 때 저는 귀여운 것만 보았습니다.

품종의 특성도, 운동량도, 질병도 제대로 몰랐습니다.

아이들이 아프고 나서야 하나씩 찾아보고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은 것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반려동물을 처음 맞이하려는 분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귀여워서 데려오기 전에 먼저 공부해 주세요.

 

내 생활패턴과 맞는 아이인지 생각해 보고, 어떤 질병에 취약한지 알아보고,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지도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아이와 10년, 15년, 혹은 그보다 더 긴 시간을 함께할 수 있을지 충분히 고민해 보셨으면 합니다.

 

저는 너무 늦게 배웠습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제가 먼저 겪었던 시행착오가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를 거쳐간 아이들과 지금 함께하는 아이들에게

강아지 두 마리를 먼저 떠나보내고 고양이 세 마리와 살고 있는 지금.

 

가끔 예전 사진을 꺼내봅니다.

사진 속 아이들은 여전히 그때 모습 그대로입니다.

시간이 지나도 사진 속에서는 늙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고, 떠나지도 않습니다.

그저 내가 가장 사랑했던 모습 그대로 웃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진을 한참 바라보다가 혼자 중얼거립니다.

 

"너희는 정말 행복했니?"

 

아마 내가 평생 답을 알 수 없는 질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 더 잘해줄 걸.

 

조금 더 많이 놀아줄 걸.

 

조금 더 일찍 공부할 걸.

 

조금 더 많이 안아줄 걸.

 

그때는 몰랐던 것들이 아이들이 떠난 뒤에야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더 미안하고, 그래서 더 고맙습니다.

 

나를 거쳐갔던 아이들도,

 

지금 내 곁에 있는 아이들도,

 

부디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 제가 아이들에게 좋은 보호자였는지는 자신할 수 없지만,

  아이들은 분명 내 인생에서 가장 따뜻했던 시간들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반려인으로 살면서 제가 얻은 가장 큰 선물입니다.

그리고 오늘도 세 마리 냥이들과 함께 살아갑니다.

 

조금 시끄럽고,

조금 털이 날리고,

가끔은 집사가 귀찮아 죽겠지만……

그래도 좋습니다.

내 배 위에서 골골골 노래를 불러주는 이 작은 녀석들을 보고 있으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래, 다시 시작해도 나는 또 너희를 만났을 것 같다.'